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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에세이

당신과 우리가 되기를 [타인의 이해]

[타인의 이해] 0. 시작하며

 

 

일기를 쓰고 있습니다. '글쓰는 일을 하고 싶으니까, 평소에도 계속 써둬야지하는 의무감으로 시작했었는데, 언젠가부터는 쓰는 행위에서 위안을 얻고 있었습니다.


하는 일에 늘 자신이 없었습니다. 자존심만 세고 자존감은 낮고. 그러니 불안, 슬픔, 수치심, 걱정, 두려움 같은 온갖 (대체로 나쁜) 감정들이 늘 주위를 맴돌았습니다. 이 녀석들을 그대로 두면 머릿속인지 마음속인지, 제 안의 허공을 이리저리 헤집어 놓아 더 괴로워지곤 했습니다.


손으로 펜을 쥐고 일기를 쓸 때면, 부유하는 고민 슬픔 불안 분노 혼란 들을 제 손으로 움쥐어 일기장에 붙잡아두는 기분이었습니다. 그렇게 정들에 물성을 부여하고 하나씩 하나씩 정리하다 보면, 어질러진 책상이 깔끔해지듯 제 마음도 꽤 단정해지는 것 같아 좋았습니다. 박제된 문자들을 찬찬히 바라보며 '생각보다 별 거 아니네' 하기도 했고, '잡아먹히지 않게 조심해야겠다'거나 '이것 때문에 힘들었구나' 하기도 했습니다. 물론 그럼에도 힘든 날도 한가득이지만요.


일을 하면서부터는 더 열심히 쓰고 있습니다. (더 힘들어서 그런 걸까요..ㅎㅎ) 모자란 능력에 비해 업으로 삼은 일은 늘 공적인 글쓰기라 생각해왔습니다. 사람을 만나 질문하고, 이야기를 듣고, 그 말이 맞는지 확인하고, 정리해서 세상에 드러내는 일이었습니다. 이 일을 하면 좀 더 가까이 다가가 더 잘 볼 줄 알았데, 가까이 있어도 보지 못하는 것들이, 가까이 있 볼 수 없는 것들 있었습니다. 이 일에서 '누구를 만나느냐'는 늘 중요하지만, 때로는 '그를 만나는 '나'라는 사람 어떤 시선을 갖고 있고, 제대로 볼 수 있는가' 역시 못지 않게 중요한 부분임을 알게 되었습니다. 타인의 불행과 슬픔을 마주할 때 유독 더 실수하고 실패했던 것 같습니다. 후회와 반성이 뒤늦게 왔고 고민과 다짐을 꾹꾹 눌러 썼습니다.


지난 일기들을 돌아보니 그 모든 과정이 타인을 이해하려는 과정이었던 것 같습니다. 저는 타인을 이해하고 싶었던 것 같습니다. 쉽지 않은 일이라, 여전히 넘어지고 일어서고를 반복니다.


냥 이런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습니다. 어쩌면 이 과정을 통해 타인과의 접점을 넓혀감으로써, 불가능할 것만 같은 '타인에의 이해'에 가 닿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도 니다. 동시에 타인의 이해를 구하는 작업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렇게 타인이 당신이 되기를. 당신과 우리가 되기를. 우리라는 시간이 들어지기를.


 

덧붙이는 말

안녕하세요.

오래 전부터 써온 글들인데, 굼뜬 사람이라 이제야 하나씩 하나씩 올려보려 합니다.

꾸준히 올릴 수 있길 바랍니다. 부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