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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슬픔을 굴리는 시시포스들의 세계 [타인의 이해] 1. 타인의 슬픔은 이해할 수 있을까 이제 막 사회부에 갔을 때 '뭐라도 건질 수 있을까' 여기저기 돌아다녔다. 그러다 한 시민단체에 찾아간 적이 있는데, 주로 고리대금업이나 불법사채 같은 피해를 입은 이들을 돕는 일을 하는 단체였다. 말이 단체지 얼핏 봐도 6평 정도 되려나 좁은 사무실에서 사무처장 한 분이 거의 모든 일을 맡아 하는 곳이었다. 강단 있고, 고집 세고, 훌륭한 분으로 기억한다. 무작정 찾아간 곳에서 들은 이야기들은 어려웠다. 정희진은 어느 칼럼에서 '쉬운 글'을 ①내용도 좋고 문장도 쉽게 잘 쓰인 글(거의 없음) ②익숙한 논리와 상투적 표현으로 쓰여져 아무 생각 없이 읽을 수 있는 글로 구분한 적이 있다. 내 경우엔 이곳의 이야기가 두 가지 이유로 어려웠는데 ①경제 용어.. 더보기
새 휴대폰 2019년 5월 22일 수요일의 일기 꿈을 꿨는데 엄마가 갤럭시S10을 샀다는 내용이었다. 잠깐 좋아하는가 싶더니 엄마가 내게 "이거 너 쓰고 네가 쓰던 걸 날 줘"라고 했다. 극구 사양하며 "엄마가 새 폰을 써"라고 했다. 엄마는 현실세계에서도 내게 새로운 폰을 사라고 한 뒤, 내가 쓰던 걸 본인이 쓰겠다고 했다. 현실세계에서의 나 역시 극구 사양했다. 엄마도 아빠도 이제는 본인들 스스로 새것과 좋은 것을 누리셨으면 좋겠다. 내가 잘해야겠다. 더보기
중년 남성이 열차에서 큰소리로 전화를 했고 [타인의 이해] 3. 짜증은 죄스러워지고 인사가 얼마 안 남은 날이었다.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았다. 기사도 잡히지 않아 빈 기자실에서 멍청히 시간을 때웠다. 오후 6시 조금 넘어서 마지막 보고를 하고 서둘러 퇴근했다. 혜화경찰서를 나와 3분 거리의 지하철 1호선 종로5가역으로 걸어갔다. 해가 길어 여전히 더웠다. 일요일이라 저녁시간에 사람이 많지 않았다. 천안 신창 하행선을 탔다. 얼마 안 가 전철은 지상으로 올라왔다. 마주 보는 창으로 들어오는 해가 뜨거웠다. 햇볕이 눈을 찔러 짜증이 났다. '왜 이렇게 되는 일이 없나' 생각했다. "어~ 00이냐? 나 00다" 갑자기 한 남성의 목소리가 열차 안에 크게 울렸다. 50대 중후반이나 60대 초반으로 보이는 중년 남성은 휴대전화로 막 통화를 하던 참이었다. 열차 승객들의 .. 더보기